장애인 관광, 편의·인식 여전히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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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304회 작성일 20-07-14 09:12본문
매표소화장실 접근 불편, 인적 서비스 바닥
2030년 정당한 편의 적용? “시기 앞당겨야”
“최근에 시각장애인 친구 세 명이 제주도로 여행을 갔어요. 거기서도 역시 식당 두 곳에서 안내견을 일반 개로 보고 거절하는 일이 있었어요, 물론 설명해서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관광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안내견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이 많이 답답했습니다.”
#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 B씨는 모두 숙박시설의 예약을 어플을 통해 한 이후 전화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방문한다. 장애인객실이 있다고는 했는데, 실제로는 시설이 갖춰있지 않았기 때문.
장애인이 사용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지만, 막상 객실로 들어가니 기본적인 물품이 다 위쪽에 있거나, 샤워실에 의자가 준비되지 않거나, 턱이 있는 등 다양한 상황을 경험한 것. 인적서비스를 요청하면 ‘호텔 규정상 우리 업무가 아니다’는 답변에,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큰 숙박시설을 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17년 국민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국민 중 90.1%가 관광여행을 포함한 국내여행의 경험이 있으며, 1년간 1인당 5.89회 여행을 한다고 조사됐다. 대다수 국민에게 여행이 여가활동 중 보편적인 활동으로 확대돼 가고 있지만, 장애인에게 여전히 여행은 ’그림의 떡‘인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장애인 관광활동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에 관한 연구’를 통해 관광지 유형별 접근성 및 편의제공 실태조사 및 정책제언을 내놨다.
관광사업자 유형별 접근성 및 편의제공 실태조사는 7개 유형(박물관, 숙박시설, 수목원, 유람선, 케이블카, 국제회의장, 시내순환관광버스)의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전국 258곳 대상으로 이뤄졌다.
먼저 매표소에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가에 대해 박물관(46.6%), 수목원(35.7%), 유람선(27.3%), 시티투어버스(77.8%), 케이블카(41.2%) 등 5가지 유형에서 평균 45.7%였다.
매표소에 접근할 수 없는 이유는 매표소의 높이가 너무 높거나 하부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휠체어 사용자가 매표소를 직접 이용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매표소에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박물관(19%), 수목원(29.6%), 유람선(4%), 시티투어버스(0%), 케이블카(17.6%) 등 5가지 유형 평균 14%라는 매우 낮은 접근성을 보였다.
매표소와 별도로 안내소를 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서비스를 전담하는 직원을 상주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으며, 숲해설사나 문화해설사가 있는 동안에는 상황에 따라 인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들은 상시 제공되는 서비스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설치 여부는 박물관(83.1%), 수목원(81.4%), 케이블카(82.4%), 국제회의장(100%), 숙박시설(76.7%) 등 평균 84.7%로 나타났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크기도 90%가 적합하게 설치돼 있었다.
박물관, 케이블카, 국제회의장, 숙박시설 등 건물로 되어 있는 경우에 주출입구의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는 평균 92%가 턱이 없거나 경사로를 설치해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사로의 기울기가 적합하게 설치된 비율은 73.3%로 다소 낮았다.
유람선, 시티투어버스, 케이블카 등 탈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설들 대상 휠체어 사용자 탑승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유람선 44%, 시티투어버스 34.5%, 케이블카 76.5%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람선의 경우 탑승을 하더라도 선박 내에서 휠체어 사용자나 보행장애가 있는 사람, 시각장애인 등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인적서비스를받아 유람선에 타더라도 내부 통로가 좁거나 단차가 많고 특히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2층 선실이나 전망 갑판 등은 계단밖에 층간이동수단이 없기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 등의 접근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장애인화장실 설치 높지만, 사용은 ‘글쎄’
장애인용 화장실 설치율은 박물관(89.2%), 수목원(77.8%), 유람선(63.6%), 케이블카(82.4%), 국제회의장(93.3%), 숙박시설(61.7%) 등 평균 78%로 높았지만, 실제 사용 가능성은 70%였다.
특히 케이블카가 50%로 저조했고, 93.3%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였던 국제회의장 또한 64.3%에 불과했다. 숙박시설의 공용공간(로비)의 장애인용화장실 설치율도 61.7%, 사용 가능 비율도 67.6%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반면, 유람선의 경우 100% 모두 사용 가능했다는 평가다.
■장애인용 객실 설치율, 관람시설 접근성 ‘미흡’
관광사업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조사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숙박시설의 장애인용 객실의 설치율은 53.3%밖에 되지 않았다. 객실 현관의 활동공간은 28.4%로 매우 낮게 확보되어 있었는데 객실 현관에서 객실 내부로 들어갈 때 거실에 단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 나타났다.
시티투어버스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했을 때 휠체어 고정장치의 안정감을 조사한 결과, 고정장치를 하고 주행 중 안정적이라고 느낀 조사자는 절 반에 불과했다. 더욱이 휠체어 고정장치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경우가 40%나 됐다.
보고서는 “운전기사가 고정장치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운전자 및 승무원의 직무교육에 장애인 대응 서비스를 포함시켜야만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물관 등 관람시설의 경우에는 모든 주요 공간에 접근해 관람 및 휴식 등이 가능한 비율은 47.3%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유람선(9.1%)과 수목원(29.6%)의 접근성이 매우 낮았다.
수목원의 경우 산에 위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사와 단차를 극복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바닥 마감재로 자갈이나 모래를 사용하거나 조경석 등으로 턱이나 경계가 만들어져 휠체어 사용자는 물론 보행이 힘든 노인, 어린이 등도 이용이 힘들 수밖에 없다.
시설물에의 접근성 외에 시각 및 청각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서 음성안내(시각), 문자안내판(청각), 수어통역(청각), 휠체어 대여(지체), 쉬운 해설(발달) 등이 제공되는 경우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관광사업자 정당한 편의 제공 2030년? “지나쳐”
보고서는 장애인 관광활동 보장을 위해 ▲정부, 지자체 의무 강화 ▲장애의 주류화라는 원칙에서 출발 ▲정당한 편의, 관광지와 사업자 두 개의 축으로 추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관련 법률 개정 ▲문화재에 대한 관광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정당한 편의에 대한 연구와 시행을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등을 제언했다.
보고서는 “관광지와 관광사업자는 각각 의견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며, 관광지의 접근성 수준도 모두 다르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관광활동 보장을 위한 로드맵 개발, 관련제도 정비, 관련 정책 추진, 목표 및 시행지침의 설정, 예산 확보 및 지원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책임을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접근하는 관점은 ‘장애의 주류화’를 언급하며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을 위한 관광서비스 정책을 수립하되, 접근성 등 장애인 고유의 권리를 포함하는 정책”이라면서 “유니버설 서비스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 속 관광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편의의 제공 시기를 2030년으로 유예한 점을 지적, “지나친 유예기간을 허용해 장애인 관광권도 2030년까지 유예했다. 관광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 시기를 앞당기고, 관광활동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의 내용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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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