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착취·학대 19년’ 누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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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307회 작성일 20-07-06 09:20본문
17살 때부터 속고 맞고 뺏겼지만 도움 손길 단 한번도 없어
경남도, 긴급 대응회의 열고 쉼터 설치 등 학대 예방책 논의
발달장애인단체 6일 기자회견 “인권침해 방지 대책 내놔야”
속보= “순수하고 착한 형인데 임금은커녕 매만 맞았다는 말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3일 1면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폭행에 장애인수당까지 착복 )
통영의 한 섬마을에서 19년 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해온 지적장애인 A(39) 씨가 같은 마을에 사는 B(58) 씨의 가두리양식장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를 졸업한 1998년, 17살 때부터였다.
계부와 함께 살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던 가족들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A씨를 보살피기 힘들었고 “일을 잘하면 잘 보살펴 주겠다”는 B씨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지적장애인 A씨가 일하던 통영 섬마을의 가두리 양식장./통영해양경찰서/
◇19년 착취·학대에도 도움 없어= 가두리양식장에서 일하는 동안 A씨의 숙식은 도로가에 갖다 놓은 컨테이너에서 이뤄졌다. A씨는 화장실도 갖춰지지 않은 이곳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 19년 동안 매일 새벽 관리선을 타고 양식장에 들어가 생사료를 만들어 먹이를 주고, 출하하고, 사료를 운반하는 등 양식장의 모든 일을 도맡았다. 그러나 A씨는 임금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을 못한다”며 상습적인 구타까지 당해야 했다
A씨는 19년 이상 착취와 학대를 받으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2017년 양식장을 뛰쳐나온 A씨가 거제에 있는 C(46)씨의 정치망 어장에서 일할 때도 노동력 착취와 폭행을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C씨는 A씨와 같은 마을 출신으로, 지적장애를 가진 A씨가 돈을 받지 못한 채 일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을주민 D(46)씨도 이해력이 떨어지는 A씨를 속여 장애인수당이 들어오는 A씨 통장에서 침대와 전자레인지 대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도록 하기도 했다고 해경은 밝혔다. A씨의 부모가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지만 보살핌은 받지 못했다. A씨의 어머니는 2014년 사망했고 계부도 올해 사망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결국 두 살 터울의 A씨 남동생이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A씨를 상담하던 지원센터가 지난 4월 통영해경에 범죄사실을 알려왔고 해경은 2개월여 수사 끝에 B씨를 구속했다. A씨의 남동생은 “형이 양식장에 일하러 갔을 때는 저도 어려 몰랐는데 나중에 폭행까지 당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지적장애인으로서 낯선 환경에서는 말을 닫고 소극적인 부분이 많았다”며 “이해력이 떨어지는 대신 순수하고 착한 면이 많아 주변 사람들이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가 기거하던 컨테이너.
◇경남도, 장애인 학대 예방책 마련= 이와 관련 경남도는 지난 3일 도청 시·군협력실에서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학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 대응회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학대 피해 장애인 구제를 위한 전문변호인단 구성, 장애인 관련 단체 및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계 강화,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시·군 장애인 담당공무원 회의 개최 등을 논의했다. 특히 도내 장애인 학대 취약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와 현장 의견 청취 및 시·군 실정에 맞는 대책 수립을 위해 오는 13일 전 시·군 장애인 담당 공무원이 참여하는 회의 일정을 긴급히 확정했다.
또 올해 10월 폭력·학대 피해 장애인을 임시 보호하고 지역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학대피해장애인 쉼터’도 설치·운영키로 했다. 쉼터는 심리 상담, 신체적·정신적 치료 지원, 일상생활 훈련 등으로 구성되며, 학대 피해 장애인이 쉼터를 퇴소한 이후에도 지역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지원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재발방지책 수립 절실 목소리도= 이번 사건과 관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등 발달장애인 단체들은 6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와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인권침해 사건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건은 근본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 가족지원에 대한 권리, 주거에 대한 권리, 노동권 등 소득보장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농어업에 종사하는 발달장애인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시 보호 쉼터와 지원주택예산 확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시·군 확대 설치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호·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