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한 청각장애인이 수어를 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27일 기준 9332명이며 37만 6961명이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들은 선별진료소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농인) A 씨는 특정 지역을 다녀온 뒤로 기침, 감기 등 증세가 있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A 씨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절차와 질문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수어통역이나 문자 안내 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표정과 입 모양을 읽으려 해도 의료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결국, A 씨는 영문도 모른 채 검사원 손에 이끌려 다니는 방법으로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A 씨는 “어떤 검사를 하고 다음에 어디를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막연히 검사원에게 이끌려다니는 과정에서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수많은 발걸음 중에는 청각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전국 611개 선별진료소(3월 25일 기준) 가운데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으며, 영상전화기 또한 설치된 곳이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1339 상담전화에 수어통역 제공과 영상전화기를 둔 곳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선별진료소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라면서 “결국, 청각장애인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어도 상담이나 문의, 정보제공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26일 전했다. 현재 1339 상담전화, 보건소, 선별진료소 어디에도 청각장애인에 관한 지원방법이나 안내지침이 없다. 장추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일부지역에서는 한 청각장애인단체가 ‘수어통역사가 상주하는 선별진료소 설치’와 ‘수어통역사 방호복 지원’을 여러 차례 제안하기도 했으나, 관련 답변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선별진료소와 보건소가 수어통역사에 대한 안전대책도 없이 청각장애인에게 수어통역사 동행을 요구해서, 결국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단체가 스스로 지침을 만들어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장추련은 단지 선별진료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청각장애인이 확진을 받으면 병원이나 생활격리치료소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모든 과정에서 청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장추련은 “최근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을 배치했듯이 긴급상담부터 자가격리, 선별진료소 검사, 확진 시 치료 등 모든 절차와 과정에서 수어통역을 배치해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한 장애인은 결국 절차에서의 차별로 인해 감염병 전파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2015년 메르스 감염병이 발생할 때 복지부를 상대로 장애유형에 맞는 감염병 재난상황 대책을 마련하라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5년째 이어지는 소송에서 복지부는 법정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라면서 복지부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따라서 장추련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정보는 생명과 직결한다”라면서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 대상 코로나19 정보전달체계와 의사소통체계 종합대책 마련 △선별진료소뿐 아니라 치료병원, 생활격리치료소 등에서 청각장애인이 정보전달 대책 마련 △수어통역사 안전대책 마련 △영상전화, 수어영상제작, 문자서비스 등 실효성 있는 대책 즉각 시행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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