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중복장애인 가족, “매일이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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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165회 작성일 20-06-25 19:09본문
정부·국회 상대로 생존권 전면 투쟁 선포
중복장애 개념 도입 등 총 6개 요구안 압박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3일 국회 앞에서 중복장애인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전면 투쟁을 선포, 제21대 국회와 정부부처를 향해 총 6가지 요구안을 촉구했다.
여러 장애를 복합적으로 가진 중복장애인의 경우 의무교육인 학교를 졸업 후 대체로 가정 내 돌봄으로 생활하게 되며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재활치료, 주간활동서비스, 노동의 권리는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
이에 부모연대는 중복장애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2017년 중복장애특별위원회를 설치, 교육권과 보조기구 품목확대를 요구했고, 성인기 복지서비스 구축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19년도부터 새롭게 도입된 주간활동지원서비스에서도 중복장애인의 참여는 불가능한 수준이며, 중복장애인에 대한 보조기구, 의료적 소모품, 가족휴식, 주거, 일자리 등 모든 영역에서 소외되는 것.
지난해 10월 16일 중복장애인이 지원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교육, 복지서비스, 고용, 의료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5개 정부부처 장관을 상대로 총 101건에 대한 차별 진정을 제기했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없었다.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한 부모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중증장애인의 권리보장, 소수 장애인의 권리 옹호와 가족지원을 위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21대 국회와 정부를 향한 요구안은 중복장애 제도화, 건강권 보장, 복지서비스 확대, 교육권 보장, 노동권 보장, 주거권 보장 등 크게 총 6가지다.
또한 ▲복지서비스 확대: 중복장애 특성 고려한 주간활동 제공시간 추가 지원, 거점형 제공기관 설치, 서비스 종합조사 개선 통한 활동지원 추가시간 확대, 공공 활동지원사 배치 근거 마련, 보조기기 지원 확대, 긴급 또는 일시 돌봄 쉼터 운영(복지부) ▲교육권 보장: 건강관리 지원 사업 전면 실시, 보조인력 배치, 학교 환경 개선, 중도중복장애학생 학급 학생 수 감축, 전담 보조인력 배치,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 매뉴얼 보급 등(교육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노동권 보장: 중도중복장애인 노동 실태조사 실시, 신규 사회적 공공일자리 사업 추진(안내, 해설, 도우미 등 직종 개발), 맞춤형 지원고용 사업 시범 운영(고용부) ▲주거권 보장: 주거생활 실태조사, 중복장애인의 지역사회 주거를 위한 지원주택 시범 운영 사업, 셰어하우스 등 대안적 공동 거주 주거모델을 개발 등(국토부)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사회복지정책이 늘 경증 위주로 가다 보니, 외상, 최중증장애인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늘 서비스에서 배제돼왔다. 주간활동, 보호작업장 등등 잘 보면 최중증은 어디든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중복장애인이 소외받지 않도록 완벽히 설계할 때만이 복지서비스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서비스 설계 시 최중증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발달․뇌병변장애인을 키우는 박선경 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도 “같은 장애부모 사이에서도 중복장애 부모라서 외롭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데 개별화 계획을 어떻게 수립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 아이에게 일상생활 기술, 직업선택의 기회가 그림의 떡이 되면 안 될 것”이라면서 “소외된 정책 안에서 아이와 엄마만 힘들다. 동네 친구들과 교육을 받고, 필요한 서비스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순천에 사는 이정근 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도 “기자회견 하러 서울로 올라와,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이유는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 하나다. 발달장애인 부모는 50이 되면 급격히 노화가 온다는데, 서럽고 눈물 난다. 우리가 노화가 알겠냐. 중증중복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가늠이 서지 않는다. 이 수가 외치니까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잘 돼 있다고 하지만, 비장애인 중심이다. 우리 아이들은 MRI 찍을 때 마취제가 전혀 먹히지 않아 사투를 벌인다”면서 “공무원들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해줬어야 하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결국 투쟁으로 풀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암담하다. 아이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올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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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