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장애인들의 절규 “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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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464회 작성일 20-04-28 19:19본문
정보제공 부족·사회서비스 공백 ‘코로나 블랙’
온라인 개학 ‘하나마나’, 장애특성 대책 촉구
“장애인은 ‘코로나 블루’가 아닌, ‘코로나 블랙’이었습니다. 우울감을 뛰어넘어서 아무것도 없는 암흑지대였습니다.”
“발달장애 자녀와 같이 코로나 ‘양성’이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미안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굉장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공동으로 28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장애인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대구사무소에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2주년과 장애인의 날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발표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대구지역의 코로나19 초기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일들과 앞으로 발생할 곤란함에 대해 토로했다.
■장애인 확진자에게 생쌀 지원? “2차 파동 대책 내놔야”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민호 팀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을 장애인에 대한 지원대책이 전혀 없는 암흑시대, ‘코로나 블랙’이었다고 표현했다.
이 팀장은 정보 제공 부재, 감염 예방책 전무, 물품‧사회서비스 지원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팀장은 “장애인을 고려한 감염병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 중복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가 전혀 없고, 선별진료소나 생활치료센터 등 모든 의료기관에 접근성 정보가 부족했다”면서 “초기 증상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감기나 잦은 기침 등 본래 있었던 질환들이 있었을 경우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대중교통에서의 감염 두려움이 커서 쉽사리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 팀장은 “장애인 확진자에게 대구시가 생쌀과 생대추를 보내주는 일이 있었다. 그만큼 재난 사태에 노출됐을 때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메르스 이후 대책을 충분히 세울 시간이 있었음에도 경고를 무시했던 것 같다. 코로나 2차 파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지금 장애인 지원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추후 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장애인 특성에 맞는 감염예방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장애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시설 전체를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로 인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 팀장은 “장애인거주시설은 코로나가 벌어지기 전부터 격리됐는데, 코로나가 발생하고 예방이라는 이유로 시설 전체를 격리했다”면서 “격리과정에서 의료지원이나 방역 등이 국가가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시설에만 맡겨져 더 큰 위험에 노출됐다”고 꼬집었다.
사회서비스 지원 부족과 관련해서도 “코로나로 인해 자가격리 된 분들에게 24시간 돌봄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고, 확진자를 지원하는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문제도 민간이 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용도 별도의 지원이 없었다”면서 “자가격리를 하는 장애인에 대한 의료적 관리가 전혀 없고,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갔을 때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당사자들이 배제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정보? 마스크 구입 어디서? “소외”
청각장애인인 달서구 수어통역센터 장세일 통역사는 설 연휴가 끝날 무렵, 몸에서 열이 나고 몸살기운이 있었으나, 1399콜센터로부터 수어상담을 받지 못해 정보 습득의 어려움을 겪었다.
장 통역사는 “설 연휴를 고향인 서울에서 보내고 있을 때, 코로나 확진자가 시작됐는데 정보를 듣지 못해 위험성을 몰랐다. 몸에서 열이 나고 몸살기운이 있어 혼자 불안해하다가, 연휴 끝나고 1399콜센터에 문자상담을 요청했지만 기계적인 답뿐, 수어상담 지원이 전혀 없었다”면서 “2월 18일 확진자가 첫 발생한 후 아직 대구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 통역사는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 구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정부가 지원해준다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주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면서 “행정복지센터에서 마스크를 배부하러 집마다 방문해서 전달한다는데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서 두 세 번의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다”고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온라인 개학’으로 청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았다고 꼬집었다.
장 통역사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하려면 교육영상에 자막, 수어가 지원돼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교육대상을 배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처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어나 자막지원은 되지 않고 있다. 학습권 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국농아인협회나 수어통역센터에 협조 요청해서 청각장애인 교육자료 제작에 힘을 쏟았어야 하는데, 여전히 그런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발달장애 자녀 돌봄 부모 몫…“고립 스트레스”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전은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발달장애인 가정의 돌봄 대책이 부재, 부모들이 생계를 내려놓고, 자녀보호를 위해 갇혀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전 회장은 “언제쯤 재난이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 장애인 교육, 사회서비스가 정지된 상황에서 자녀의 돌봄은 오로지 부모의 몫으로 전가된 지 2개월째”라면서 “부모들은 생계활동,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자녀를 보호하겠다며 스스로 갇혀 있다. 최근 부모연대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87.8%가 고립으로 인해 도전적 행동이 나왔으며, 많은 부모들이 돌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는 긴급 돌봄 대책을 내놨지만, 장애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기 힘들거나, 방역에 협조가 되지 않은 학생은 집에 데려가라고 수시로 전화하고, 협조가 되는 학생들만 이용이 가능하다. 그것마저도 특수학교에만 한정됐다”면서 “특수학교, 통학학급과 구분없이 학생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실무원을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전 회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고용부의 가족 돌봄 휴가 대상을 보면, 장애인자녀의 경우 만 18세까지로 성인기 자녀의 경우 돌봄 공백이 생긴다. 성인자녀를 데리고 출근하는 어머니가 생길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면서 “보다 촘촘하고 유의미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회장은 발달장애인이 확진 또는 자가격리 상황에 놓였을 때의 대책이 없다며, 차라리 자녀와 함께 ‘양성’ 판정이 나오길 기도하는 부모의 사례를 들며 눈물을 보였다.
전 회장은 “발달장애인이 확진 또는 자가격리 상황에 놓였을 때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부모의 두려움은 비장애인에 비해 수십 배는 더 크다. 자녀가 확진될 경우 그 낯설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하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가두고 폐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립 스트레스로 지쳐간다”면서 “부모가 확진돼 남겨질 자녀의 돌봄은 누가 할 것이냐. 차라리 같이 양성이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보며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과 관련한 정책에서도 “장애학생의 경우 개별화된 수준별 수업을 해왔는데, 현재의 방식으로는 하나마나한 시간보내기, 부모의 또 하나의 숙제”라면서 “개인별 수준에 맞는 여러 방식, 매체를 통한 수업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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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