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쁜 장애인' 을 자처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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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1,921회 작성일 23-09-04 10:16본문
<앵커>
한동안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에서 장애인들의 탑승 시위가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불편할 걸 알면서도, 왜 출근길을 막아선 건지 시위에 참여했던 장애인 활동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지난 1월) : 지하철 태워주세요. 지하철 좀 태워주세요.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장애인들과 보안관들이 한데 뒤엉킨 시위 현장, 31살 청년 변재원 씨도 출근길 지하철을 막아섰던 장애인 중 한 명입니다.
한예종과 서울대, 구글코리아 인턴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변 씨,
[변재원/장애인활동가 : 사람이 가속도가 붙는달까요? 좋은 학교에 들어가니까 좋은 직장에 가는 게 좀 더 쉬워지고. 아마 좋은 직장에 있다 보면 또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쉬워지고. 근데 이렇게 해서 개인의 삶을 아무리 바꿔도 딱 뒤돌아보면 사회는 그대로예요.]
장애인이 왜 시위를 하는가 논문을 쓰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40년 넘게 멈췄던 장애인 이동권 논의는 전장연 시위 이후 궤도에 올랐습니다.
[변재원/장애인활동가 : 장애인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려고 해서 비장애인 시민이 피해를 호소하거나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부터 이동권 정책에 대한 법과 예산이 얘기되기 시작해요. 이게 정말 딜레마 같은 상황인 거예요.]
시민 불편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갈등'과 '불화'가 없이는 소수자의 삶은 나아진 적이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두루 개선시킬 거라는 믿음입니다.
[변재원/장애인활동가 : 물통이 됐든, 택배박스가 됐든 그걸 계단으로 가지고 내려가는 것보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것이 노동자에게 있어 건강에도 좋고. '엘리베이터 설치하라' 장애인이 외쳤을 때 가장 많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건 아이와 엄마인 거죠. 공공 인프라의 수혜자는 모든 국민들인 거죠.]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로 상정되는 다음 달까지 출근길 시위를 일시 유보한 상태입니다.
왜 이들이 '나쁜 장애인'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를 높여야 해법도 가능합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원형희)
제희원 기자 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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