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권, 올바른 인간관을 바탕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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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079회 작성일 23-07-12 10:32본문
유보통합은 교육부가 맡고 있는 유아교육과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인 보육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0~5세 영·유아 유보통합을 위해 17개 시·도교육청 사업도 물꼬를 텄다. 0~5세 유보통합은 전형적 발달 과정을 보이는 영·유아뿐만 아니라 조기교육이 필요한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 ‘장애 영·유아’ ‘장애위험 영·유아’ ‘발달 지연이나 경계선 유아’ 등의 교육을 모두 포괄한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는 왜 의무교육 대상자가 되었을까. 누구보다 조기교육이 절실한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에 대한 교육은 늦게 시작됐고, 관련 교육기관 종사자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었다. 어린이집 입소와 유치원 입학을 수없이 거절당해 온 부모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노력으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이 제정됐다. 지난해 기준 교육기관에 다니는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는 약 86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도 특수학급 미설치 유치원이 많은 데다 특수학급 과밀로 집 근처 유치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들이 유치원 대신 선택한 어린이집에는 학령기 6~12세 과연령 아동을 제외한 9533명의 장애 영·유아가 입소해 있다.
통합교육의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현재 장애 영·유아의 절반 이상은 통합보육이 아닌 분리보육을 하는 장애전문 어린이집에 다닌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장애 영·유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 가운데 유아 특수교사 자격 소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0~5세의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는 ‘교육’의 대상이지만 한국의 현실은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어린이집에 유아 특수교사들이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육기관에서 장애 영·유아를 담당하는 교사는 약 4200명이고, 교육기관에서 특수교육 대상 영·유아를 교육하는 교사는 약 2400명이다. 교육부 자격의 유아 특수교사는 이미 7200명이 양성됐는데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23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아 특수교사 자격을 가진 나머지 교사들은 도대체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 것일까?
유보통합으로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아 특수교사가 부족하니 장애 영·유아 보육교사에게 특별 양성과정을 통해 유아 특수교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이 유아 특수교사 자격이 없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선되어야 할 어린이집의 처우 문제란 투명한 행·재정 시스템, 본봉보다 수당이 높은 보수체계의 정립, 근무여건 개선, 근무시간 단축, 연수·장학 등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육교사와 유아교사에게 유아 특수교사 자격 취득 기회를 주는 것이 처우 개선은 아닌 것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선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면 보상이 있어야 한다거나 아이가 준비가 되어야 교실로 들어오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있다. 하지만 그 보상은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고, 준비는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그 기준은 누가 세우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따져 묻고 싶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에도 유아 특수교사를 배치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국가와 정부기관은 공무원 총정원에 근거한 획일적 기준으로 교사를 늘릴 수 없다며 유아 특수교사를 어린이집에 배치하지 않고 외면해 왔다. 정부는 진정한 유보통합을 위해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어떤 교사를 원하고, 교육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학부모들에게 묻고 협의하며 소통하기를 바란다. 진실을 왜곡하면 그 피해는 장애학생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장애인 교육권은 교사 개인의 교육관을 넘어 인간관을 바탕에 둬야 한다. 교육부도 올바른 인간관을 갖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