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 학교는 ‘버텨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 김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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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113회 작성일 23-08-08 09:56본문
‘일반학교 특수학급’ 다녔던 나의 학창시절
친구들 괴롭힘에 빵셔틀, 체육시간엔 함께 할 수 없어
선생님께 말했지만 “친구들 이해하라”며 혼내
발달장애인, 우리 때랑 다르게 학교 잘 다닐 수 있길
사람들 혐오 무섭지만 ‘선배니깐’ 용기 내 나와
[편집자 주] 유명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교권을 뒤흔든 사건이라며 크게 공분했다. 그 배경에는 최근 일어난 ‘서이초 사건’의 영향이 있었다.
빅카인즈 기준으로 첫 보도가 있었던 7월 26일부터 8월 6일(오후 5시 기준)까지 12일간 ‘주호민’으로 검색했을 때 591개의 기사가 보도됐다. 가장 많은 보도가 이뤄진 날은 8월 1일로 114개(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법원에 교사 탄원서 제출)의 기사가 나갔다. 그다음 날인 8월 2일에 101개(주호민 작가 2차 입장문), 8월 3일에 88개(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 페이스북 발언 인용 보도)의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는 4일부터 대폭 줄어 5~6일 양일간엔 4, 5개의 기사만이 보도됐을 뿐이다.
언론의 관심은 이미 이 사건에서 멀어진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특수교사-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치부될 수 없다. 몇 언론에서 지적됐듯 특수교육 현장이 갖고 있는 오래된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다. 비마이너는 더 나은 교육현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모아가고자 한다. 과거 특수교육 대상자였던 사람, 발달장애인 조력자, 특수교사, 장애부모, 장애인권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연재한다.
* 이 발언문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18개의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단체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개최한 ‘교사·학부모에게 책임 전가하는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낭독되었습니다. 비마이너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전문을 게재합니다.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안녕하세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활동하는 김대범입니다.
저는 최근 기사를 통해서 발달장애인 학생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먼저 저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이 일을 듣고 저의 학창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일반학교 특수학급을 다녔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 ‘빵셔틀’하고, 체육시간에는 ‘저 같은 발달장애인은 같이 할 수 없다’며 빼놓고 했거든요. 진짜 싫어서 욕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저의 학교생활은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에 나온 조석봉 일병처럼 괴롭힘당하는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학교는 버텨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학교는 저에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학교에 다닐 때 친구가 놀리고 때리고 괴롭힌 것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친구(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발달장애학생)도 그랬을 거 같아요.
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피플센터 동료들 모두가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때 학교는 왜 저희 말을 들어주지 않았나요?
선생님한테도 괴롭힘당했다고 말했는데 그 친구들을 이해하라고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선생님이 저를)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말해서 친구들에게 ‘왜 이야기했냐’며 더 괴롭힘당하고. 선생님은 이해하라고, 혼내고 끝이었어요.
피플센터 동료가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대범, 대범은 다시 태어나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저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했습니다. “만약 다시 태어나서 학교에 가야 한다면 차라리 전 사람 말고 수원(피플센터 동료)이랑 같이 사는 ‘수정이’라는 고양이와 혜린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왜냐면 사람으로 사는 게 더 힘든 거 같아요. 특히 발달장애인으로 사는 건 더 힘든 거 같습니다.
저는 졸업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학교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 저처럼 학교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왔어요.
저희는 각자 학창시절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였고 이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사를 읽었고 제일 먼저 경인이 “왜 그런 거예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바지가 이유일 거 같아요. 바지가 꽉 끼었거나, 흘러내렸거나, 더웠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왜 그런지 이야기 해봤어야 할 거 같아요. 왜 그런 거래요?” 우리는 기사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끼리 생각해 봤습니다. 그 발달장애인 학생은 왜 그랬을까? 그 공간이 불편했을까? 관심을 받고 싶었을까? 답답했을까? 아님 바지가 불편했을까?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그때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직접 물어보지 못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주변에 있었던, 적어도 반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이유를 알까? 물어봤을까?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속상합니다.
민중가수 이혜규 씨가 문화공연을 하는 동안 그 앞에서 김대범 활동가가 앉아서 춤을 추고 있다. 사진 강혜민
우리도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와 똑같이 되지 않고, 우리 때랑 다르게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학생이든 선생이든 모두를 위한 학교가 되면 좋겠습니다.
일반학급 선생님은 비장애인만 대학교에 잘 보내기 위해 입시교육을 가르치고 우리를 불쌍하게 보면서 특수학급에 가라고만 하지 말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 짓지 말고, 같이 가르쳐야 합니다.
특수학급 선생님은 우리가 학교에 있기 힘들 때 편안하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단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학생들과 당사자 모두와 이야기를 나눠 설명해야 합니다. 한쪽 의견만 듣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두 명을 위해 상황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선생님이 어려워서 못 하면 교육청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본보기가 없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도 경험이 없어서 모르면 알려주고 같이 해결해주고 해야 합니다. 우리도 모르면 동료들이랑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하거든요.
교육청은 학생과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있는 곳입니다. 발달장애인 학생도 똑같이 함께 학교에 다니기 위해 교육청은 노력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장애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그 방법을 고민해 정보를 제공하고 알맞은 지원계획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청이, 그리고 우리나라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아마 지금 그 친구(발달장애학생)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무섭고 창피하고 쓸쓸하고 외로울 거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직접 만나게 된다면 이렇게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직접 네가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우리가 계속 같이 이야기 해줄게. 나도 학생 때 이야기 못했어. 나는 알아. 학교 다니기 너무 힘들었지? 너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온 거지? 더 이상 우리처럼 이런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바꿀게.”
사실 이렇게 저희 이야기를 밖에서 하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 발달장애인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이랑 학교 다니는 건 일반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고, 나쁘다고, 발달장애인들이 문제를 만드니까 너네끼리 있으라고. 이보다 더 심한 말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똑같이 욕하고 미워할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희 동료들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섭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우리를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이 겪은 일이고 우리가 선배니까, 우리가 나서서 이야기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힘을 내서 왔습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 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모님들에게! 학교, 직장, 사회 어느 곳에서도 안심할 수 없어서 불안하시죠? 함께 힘을 모아서 같이 바꿔나갑시다.
선생님들에게! 선생님들, 저는 학교 다닐 때 애들한테 괴롭힘 많이 당했어요.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저처럼 힘든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학생들이 학교를 감옥 같은 곳이 아니라 놀이터처럼 신나고 재미있고 가고 싶은 곳이 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교육청에! 발달장애인도 함께 학교에서 있을 수 있게 특수교사도 많이 배치하고 지원인력도 1대1로 배치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선생님들도 힘들지 않고 발달장애인 학생들도 학교에 잘 다닐 수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발달장애인도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 가족, 친구입니다. 똑같이 존중받으며 함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우리 한국피플퍼스트가 만든 요구안을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또한 사회가 아주 냉정해져 가거나 가난한 마음이 되더라도 서로 도와주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장애인 차별을 비롯한 괴롭힘 당하는 사람, 집단 따돌림과 왕따나 상처를,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가족으로 대해 달라. 우리는 발달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달장애인 권리를 보장해달라! 투쟁!”
마지막 한마디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주인공은 발달장애인이다. 호주머니 속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꺼내서 보아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무시, 차별과 멸시를 멈춰라!
감사합니다.
김대범 활동가가 발언을 마치자,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두 눈이 촉촉해진 상태로 힘껏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