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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같은 날 '가족의 종말' 선택한 장애 자녀 부모.."국가는 없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268회 작성일 22-05-24 17:16

본문

같은 날 서울·인천에서 일어난 비극
장애인 단체 "가족 중심 장애인 부양 체계가 문제"
24시간 지원 등 장애인 지원 체계 절실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등 500여명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삭발식 및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하던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 옆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4일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전국 곳곳에서 부모가 장애를 지닌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장애인 가족의 돌볼 부담에 대해 국가의 지원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날(23일) 오후 3시40분께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ㄱ씨와 6살 아들 ㄴ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ㄴ군은 정부에 발달장애인으로 등록하진 않았으나 발달 지연으로 발달재활바우처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천 연수경찰서도 전날 오후 4시30분께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뇌병변 1급의 중증 장애인인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60대 여성 ㄷ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ㄷ씨는 딸을 살해한 뒤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집을 찾은 아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ㄷ씨는 딸을 30년 넘게 보살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는 배경엔 장애가 있는 자녀의 돌봄을 온전히 개별 가족에 돌리는 부양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32.1%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는 13.5%에 불과하고, 장애인의 76.9%는 가족구성원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의뢰해 발달장애인 부모 1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발달장애인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부모 중 한쪽이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이 20.5%에 달했다.

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 심정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는 박미라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회장은 “제 아이가 ㄴ군의 나이일 때를 떠올려보면 ㄱ씨 마음이 어땠을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부모가 없으면 자녀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생때같은 아이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심정을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은 가족 중심 장애인 부양 체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체계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정부 출범 전인 지난 4월19일 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등 발달장애 부모와 당사자 550여명은 전국 각지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주간 활동지원서비스 개편 및 확대 △지원주택 도입 및 주거지원 인력 배치 등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계획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채택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이 안 돼 이런 비극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들은 평생에 걸쳐 차별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증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주간활동 등을 지원하는 일대일 24시간 지원 체제, 지역 사회 인프라 구축, 중증 장애인 소득 보장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장애는 선택의 문제 아니잖아요”…삭발한 부모들 곡기마저 끊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014.html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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