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츄리닝만? 그게 싫어 장애인 패션 브랜드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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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684회 작성일 21-04-30 10:04본문
[장애인의 입을 권리 - 끝]
[인터뷰] 뇌병변·발달장애인 전문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Better Basic)’ 만든 박주현 대표
장애인이라고 후줄근하게 입어야 하나
패션이 달라지니 시선도 달라져
국내 장애인 전문의류 브랜드는 극소수
당사자도 ‘장애인 의류’ 잘 몰라
옷만 바꿔도 삶이 편해진다는 걸 알리는 게 목표
여성신문은 장애인들의 경우 옷을 선택하는 기본권마저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 ‘장애인의 입을 권리’를 기획,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가 자사 의류와 가장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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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옷 한 벌 입히려면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실랑이는 기본이다. 뻣뻣하게 굳은 아이 팔을 소매에 넣으려다가 부러뜨린 엄마도 있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옷 입고 벗는 건 전쟁이다. 관절이 변형돼 팔다리가 굽거나 강직된 이들, 위루관 등 보조기기를 몸에 부착하고 사는 이들이 많아서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붙들고 애쓰다 보면 당사자도 보호자도 활동보조인도 지친다.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도 그랬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딸 윤재씨에게 잘 늘어나거나 헐렁한 옷만 입혔다. 맞는 옷을 찾으면 ‘사재기’를 했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입고 벗기 편한 이불 같은 옷만 찾게 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재봉틀 앞에 앉았다. 딸이 편하게 옷을 입을 수 있게 기성복에 뒤트임, 옆트임을 낸 게 시작이었다. 정교한 수선 솜씨로 장애아동 보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에 참가해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리폼 가이드북’도 만들었다. 장애아동 맞춤 의류 수선으로 2017년 여성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2018년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을 런칭했다.
여러 언론에 알려지며 주목받았지만, 사실상 박 대표가 모든 제품 제작과 수선 서비스를 도맡아 하는 1인기업에 가깝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내는 딸아이 곁과 작업장을 오가느라 분주한 박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 딸을 위해 옷을 고치다가 사업가가 되셨습니다.
“서울시의 리폼 가이드북 사업에 가보니 당사자(장애인 보호자)는 옷을 모르고, 옷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를 모르더라고요. 옷도 알고 장애인의 몸도 아는 제가 할 일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옷에 관심이 없었어요. 태교를 위해 퀼트를 시작했고, 재미로 가방, 아기 옷, 이불 등을 만들다가 재봉을 시작했죠. 아이가 기성복 입기를 힘들어해서 헐렁한 옷을 입혔더니 후줄근해 보여서 싫었거든요. 주변의 시선도 좋지 않았어요. 아이가 탄 휠체어를 밀고 길을 가면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비켜섰죠. 해외에선 어떤 옷을 입히나 찾아보니 예쁘고 세련된 장애인 전용 의류가 많았어요. 특수 의류가 아닌 패션의 관점에서 접근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옷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기성복은 비장애인에 맞춰 재단된 옷이다. 장애인에게 맞는 옷을 만들려면 재단부터 새로 해야 했다. 박 대표는 딸이 다니는 특수학교 부모와 아이들의 도움으로 여러 장애아동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했고, 6가지 표준규격(115~165㎝)으로 분류했다.
뇌병변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여러 의류 제품도 연구·제작했다. 똑딱이로 아랫부분을 고정해, 누워서 몸을 마구 움직여도 쉽게 벗겨지거나 맨살이 드러나지 않고, 입고 벗기도 쉬운 바디수트, 밑위가 길어서 오래 앉아있거나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허리 뒷부분이 내려가지 않고, 뇌병변 장애인의 길고 가는 체형에 맞게 다리통이 가늘게 디자인된 내복 상하의 등이다. 수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자의 체형과 몸이 구부러진 정도에 따라 옷을 입기 쉽도록 트임을 만들거나, 위루관 튜브에 맞게 옷에 구멍을 뚫는 식이다.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의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데 한국에선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는 여전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2013년 정도부터 아이 옷을 리폼하기 위해 조사를 했는데 국내엔 참조할 사례가 없었어요. 국립재활원의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 대상에 ‘장애인 의류’가 있었는데, 찾아가 보니 담요, 싸개만 있었고 실제 장애인 의류는 없었어요. 제가 만든 옷이 처음이래요.”
- 정작 장애 당사자들도 ‘장애인 의류’에 대해 잘 모른다고요.
“장애인 의류가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한지 알리고 설득하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눈에 보여야 관심 갖고 구매도 할 텐데, 온라인 쇼핑몰만 봐도 ‘장애인 의류’ 카테고리나 키워드가 없어요. 마케팅도 어렵죠. 오히려 제가 마케팅 업체에 ‘돈을 낼 테니 관련 키워드를 개발해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예요. 서울시 사업을 할 때 보조기기센터장, 담당 주무관 등을 만나 논의해보니 그분들도 ‘장애인과 옷이 무슨 관계냐’라며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장애인의 옷도 보조기기의 하나다. 불편한 옷차림에 고통받고, 구겨지고 맨살이 드러나기 일쑤인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공감을 샀죠.”
-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수요 자체는 적지만 재구매율이 높은 편입니다. “우리 아이처럼 움직임이 많고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이동 시 맨살이 많이 보이는 단점을 완전히 보완했답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선물입니다” 같은 후기가 올라와요. 전화로 ‘고맙다’, ‘망하면 안 된다’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 정말 기뻐요.”
- 소위 돈 되는 일이 아니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해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3년째 사업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기보다, 옷만 바꿔도 삶이 편해질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팔을 움직이기 불편한 아이는 상의 겨드랑이 부위를 터서 지퍼를 달면 입힐 때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리폼 가이드북을 낸 것도 기술 교육이 아니라 이런 대안이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제 딸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딸아이는 중증 장애인이고 올해 초 큰 수술을 받아 거동이 더 불편해졌어요. 입히는 데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옷이 필요해요. 제가 만들어야죠.”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의 사무실 한 켠에 상장과 디자인등록증 등이 놓여 있다.ⓒ홍수형 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기성복을 장애 특성과 개성에 맞게 수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겼다. 서울시보조기기센터, 유니클로, 한국뇌성마비복지회는 올해로 3년째 국내 장애인 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뇌병변 장애인, 휠체어·보조기 사용자, 기저귀를 차거나 누워서 옷을 입혀야 하는 사람, 양손을 쓰기 어려운 사람, 몸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하체가 부은 사람 등 다양한 상황과 취향에 맞춰 옷을 고쳐준다. 유니클로는 의류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장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보조공학사와 경력 10년 이상인 재단사가 상담과 수선을 맡았다. 2년간 장애인 1200명 이상을 지원했다. 여러 국내 대기업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같은 공감대를 지닌 이들이 늘고 있어서 반갑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더 확산되면 좋겠다”고 했다. “베터베이직 같은 사회적기업은 같은 생각을 지닌 분들과 함께 하는 데에서 성장 동력을 얻습니다. 확장이 관건인데요. 앞으로는 장애인뿐 아니라 중증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의 수요가 늘 거라고 봐요.”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욕심내지 않고 버티기’요. 이 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우리 아이가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같은 공감대를 지닌 조직이나 개인과 협력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
[인터뷰] 뇌병변·발달장애인 전문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Better Basic)’ 만든 박주현 대표
장애인이라고 후줄근하게 입어야 하나
패션이 달라지니 시선도 달라져
국내 장애인 전문의류 브랜드는 극소수
당사자도 ‘장애인 의류’ 잘 몰라
옷만 바꿔도 삶이 편해진다는 걸 알리는 게 목표
여성신문은 장애인들의 경우 옷을 선택하는 기본권마저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고, ‘장애인의 입을 권리’를 기획, 4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가 자사 의류와 가장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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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옷 한 벌 입히려면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실랑이는 기본이다. 뻣뻣하게 굳은 아이 팔을 소매에 넣으려다가 부러뜨린 엄마도 있다.
뇌병변 장애인에게 옷 입고 벗는 건 전쟁이다. 관절이 변형돼 팔다리가 굽거나 강직된 이들, 위루관 등 보조기기를 몸에 부착하고 사는 이들이 많아서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붙들고 애쓰다 보면 당사자도 보호자도 활동보조인도 지친다.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도 그랬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딸 윤재씨에게 잘 늘어나거나 헐렁한 옷만 입혔다. 맞는 옷을 찾으면 ‘사재기’를 했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입고 벗기 편한 이불 같은 옷만 찾게 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재봉틀 앞에 앉았다. 딸이 편하게 옷을 입을 수 있게 기성복에 뒤트임, 옆트임을 낸 게 시작이었다. 정교한 수선 솜씨로 장애아동 보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에 참가해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리폼 가이드북’도 만들었다. 장애아동 맞춤 의류 수선으로 2017년 여성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2018년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 ‘베터베이직’을 런칭했다.
여러 언론에 알려지며 주목받았지만, 사실상 박 대표가 모든 제품 제작과 수선 서비스를 도맡아 하는 1인기업에 가깝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내는 딸아이 곁과 작업장을 오가느라 분주한 박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 딸을 위해 옷을 고치다가 사업가가 되셨습니다.
“서울시의 리폼 가이드북 사업에 가보니 당사자(장애인 보호자)는 옷을 모르고, 옷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를 모르더라고요. 옷도 알고 장애인의 몸도 아는 제가 할 일이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옷에 관심이 없었어요. 태교를 위해 퀼트를 시작했고, 재미로 가방, 아기 옷, 이불 등을 만들다가 재봉을 시작했죠. 아이가 기성복 입기를 힘들어해서 헐렁한 옷을 입혔더니 후줄근해 보여서 싫었거든요. 주변의 시선도 좋지 않았어요. 아이가 탄 휠체어를 밀고 길을 가면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비켜섰죠. 해외에선 어떤 옷을 입히나 찾아보니 예쁘고 세련된 장애인 전용 의류가 많았어요. 특수 의류가 아닌 패션의 관점에서 접근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옷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기성복은 비장애인에 맞춰 재단된 옷이다. 장애인에게 맞는 옷을 만들려면 재단부터 새로 해야 했다. 박 대표는 딸이 다니는 특수학교 부모와 아이들의 도움으로 여러 장애아동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했고, 6가지 표준규격(115~165㎝)으로 분류했다.
뇌병변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여러 의류 제품도 연구·제작했다. 똑딱이로 아랫부분을 고정해, 누워서 몸을 마구 움직여도 쉽게 벗겨지거나 맨살이 드러나지 않고, 입고 벗기도 쉬운 바디수트, 밑위가 길어서 오래 앉아있거나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허리 뒷부분이 내려가지 않고, 뇌병변 장애인의 길고 가는 체형에 맞게 다리통이 가늘게 디자인된 내복 상하의 등이다. 수선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자의 체형과 몸이 구부러진 정도에 따라 옷을 입기 쉽도록 트임을 만들거나, 위루관 튜브에 맞게 옷에 구멍을 뚫는 식이다.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4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베터베이직 사무실에서 만난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 ⓒ홍수형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 의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데 한국에선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장애인 전문 의류 브랜드는 여전히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2013년 정도부터 아이 옷을 리폼하기 위해 조사를 했는데 국내엔 참조할 사례가 없었어요. 국립재활원의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 대상에 ‘장애인 의류’가 있었는데, 찾아가 보니 담요, 싸개만 있었고 실제 장애인 의류는 없었어요. 제가 만든 옷이 처음이래요.”
- 정작 장애 당사자들도 ‘장애인 의류’에 대해 잘 모른다고요.
“장애인 의류가 어떤 것이고, 왜 필요한지 알리고 설득하는 게 시급한 과제입니다. 눈에 보여야 관심 갖고 구매도 할 텐데, 온라인 쇼핑몰만 봐도 ‘장애인 의류’ 카테고리나 키워드가 없어요. 마케팅도 어렵죠. 오히려 제가 마케팅 업체에 ‘돈을 낼 테니 관련 키워드를 개발해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을 정도예요. 서울시 사업을 할 때 보조기기센터장, 담당 주무관 등을 만나 논의해보니 그분들도 ‘장애인과 옷이 무슨 관계냐’라며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장애인의 옷도 보조기기의 하나다. 불편한 옷차림에 고통받고, 구겨지고 맨살이 드러나기 일쑤인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공감을 샀죠.”
-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수요 자체는 적지만 재구매율이 높은 편입니다. “우리 아이처럼 움직임이 많고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이동 시 맨살이 많이 보이는 단점을 완전히 보완했답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선물입니다” 같은 후기가 올라와요. 전화로 ‘고맙다’, ‘망하면 안 된다’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 정말 기뻐요.”
- 소위 돈 되는 일이 아니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해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3년째 사업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기보다, 옷만 바꿔도 삶이 편해질 수 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팔을 움직이기 불편한 아이는 상의 겨드랑이 부위를 터서 지퍼를 달면 입힐 때 씨름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리폼 가이드북을 낸 것도 기술 교육이 아니라 이런 대안이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제 딸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딸아이는 중증 장애인이고 올해 초 큰 수술을 받아 거동이 더 불편해졌어요. 입히는 데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옷이 필요해요. 제가 만들어야죠.”
박주현 베터베이직 대표의 사무실 한 켠에 상장과 디자인등록증 등이 놓여 있다.ⓒ홍수형 기자
최근 국내에서도 기성복을 장애 특성과 개성에 맞게 수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겼다. 서울시보조기기센터, 유니클로, 한국뇌성마비복지회는 올해로 3년째 국내 장애인 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뇌병변 장애인, 휠체어·보조기 사용자, 기저귀를 차거나 누워서 옷을 입혀야 하는 사람, 양손을 쓰기 어려운 사람, 몸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하체가 부은 사람 등 다양한 상황과 취향에 맞춰 옷을 고쳐준다. 유니클로는 의류와 사업비를 지원한다. 장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보조공학사와 경력 10년 이상인 재단사가 상담과 수선을 맡았다. 2년간 장애인 1200명 이상을 지원했다. 여러 국내 대기업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같은 공감대를 지닌 이들이 늘고 있어서 반갑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더 확산되면 좋겠다”고 했다. “베터베이직 같은 사회적기업은 같은 생각을 지닌 분들과 함께 하는 데에서 성장 동력을 얻습니다. 확장이 관건인데요. 앞으로는 장애인뿐 아니라 중증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 노인 등 다양한 이들의 수요가 늘 거라고 봐요.”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욕심내지 않고 버티기’요. 이 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우리 아이가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같은 공감대를 지닌 조직이나 개인과 협력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