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꾸러미만 오고 끝... 발달장애인 교육 공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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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434회 작성일 21-03-16 09:12본문
[코로나 시대의 장애인권③]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 인터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온라인 클래스'가 보편화되는 등 공교육의 양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면 장애인 자녀와 그 부모들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의 윤진철 사무처장과 지난 1월 19일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부모연대는 2003년 장애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통합교육을 외치며 조직된 장애인교육연대에서 출발하여, 교육에 더해 복지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며 만들어졌다.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발달장애인지원법, 발달자립서비스,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과 같은 제도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 왔다.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는 대면 서비스가 아니면 상당히 어려운 조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 휴관 지침에 따라서 모든 복지관과 이용시설들이 휴관되었습니다. 단순하게 사람들한테 거리만 두게 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당사자들이 고립되는 현상이 있었고, 고립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메우는 역할이 온전히 장애인 가족한테 전가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낮 활동시간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다는 것은, 오로지 가족에게 다 전가시켜버리는 문제인거잖아요. 대체수단을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거리두기에 따른 이용시설에 대한 제한은 모든 것들을 멈추게 해버린 거죠."
이처럼 초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기존에 복지관과 교육기관에서 담당하던 돌봄 역할을 가정에서 온전히 부담하게 되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특히 어머니가 직장을 관두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돌봄 공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대적인 휴관조치 대신 인원을 축소하여 일정 비율로 긴급돌봄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되어 왔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공하는 긴급돌봄서비스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복지기관의 경우 초기에는 긴급돌봄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고, 하반기로 넘어오면서 복지관 휴관시에도 긴급돌봄을 해야 된다는 복지부 지침이 생겨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 정도에게 긴급돌봄을 제공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비율 자체가 많이 떨어지긴 합니다. 감염 우려도 있고 해서 정말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안 보내는 경우도 상당히 많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긴급돌봄은 크게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의 경우로 각각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특수학교는 학년, 초중고 상관없이 긴급돌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맞벌이 여부나 연령 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죠. 그래서 그걸 이용하기도 참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또 특수학급은 기본적으로 모든 교과과정을 일반 학교 교과과정과 동일하게 가다 보니까, 학교에 긴급돌봄이 없으면 장애학생도 긴급돌봄을 받을 수 없어요.
학교의 긴급돌봄은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이기 때문에 중, 고등학교 특수학급에 입급되어 있는 학생들에게는 긴급돌봄이라는 서비스가 제도적으로 전혀 지원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지원은 되지만, 이용률이 떨어집니다. 별도로 장애학생에 대한 인력이 배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원 인력이 장애 학생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방치될 수밖에 없는 거고. 부모가 우려가 되어 그냥 안 보내고 마는 거죠."
복지관과 학교는 돌봄의 장소인 동시에 장애인 당사자들의 교육과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수교육의 영역에서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함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윤진철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이 '그냥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려면 별도의 지원인력이 상시배치되어 있는 것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이다.
"어려움이랄 것이 없어요. 그냥 불가능해요. 온라인 수업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그것에 집중하지도 않고, 사실은 옆에서 씨름하는 게 더 힘들어요. 그래서 복지관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도 장애학생들은 출석체크만 합니다. 그것도 부모가. 그게 다예요. 부모가 아홉시 전에 밴드나 어플에 '출석했습니다'라고 올리면 끝난 겁니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알아서 공부하라고 학습꾸러미만 오는 거죠.
대다수의 발달장애학생들에게 교육은 교과과목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사회화, 사회 속의 인간으로서 같이 상호교류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로써 지역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자립생활이라는 걸 기대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는 그게 불가능하죠."
많은 발달장애인은 생활 패턴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일정한 시각에 등하교를 하던 루틴이 깨지고, 교육이 사회적 기능을 다하지 못함에 따라 발달장애인 학생들은 점차 작은 세계 속에 고립된다.
"루틴이 깨지게 되면 불안감이 많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런 불안감에 따른 예민함이 다른 표현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도전적 행동이라든가, 상동행동이라든가, 자해를 한다든가. 그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들한테도 많이 전가되고 있는 상태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집 애들은 이제 루틴이 되어서 밖에 나가는 거 안 좋아해요.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는 게 아니라 안 나가는 게 익숙해져 버린 거죠. 그들의 세상과 세계가 집 안에만 고립되어 버린 거죠. 더 이상 그들의 세상이 더 확장되고 있지 못하다, 다른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온라인 세상과 집이라는 공간 이외에는 전혀 접근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인거 같아요."
윤진철 활동가는 장애인 전수조사의 중요성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자가격리, 확진 여부에 대한 현황을 확인하고 이 자료를 기반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 차원에서 개개인을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에, 정책적 측면에서의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모연대는 코로나19 시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삶을 주제로 세 차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을 정부에 거듭 요구한 바 있다.
"저희는 발달장애인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2014년 제정되고 2015년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법에는 3년에 한 번씩 전체 실태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나와 있지만 실제로 한 차례도 발달장애 전수 실태조사는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전수 실태조사를 진행해서 발달장애인 전체의 욕구를 확인한 뒤 발달장애인 지원 서비스를 재구조화, 재설계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작년 6월 쯤 경남 통영에서 일어난 '가두리 양식장 노예사건'이 밝혀지며 경남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약 2만 2천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아주 간략하게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17명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2만 2천 명 중에서 8천 명이 어떠한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지 않고 있었어요. 전국의 24만 명의 발달장애인들을 다 조사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몇 명의 국민들이 사라졌는지 알 수 있겠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단 한 명이 있더라도 문제인 거잖아요."
이러한 전수조사가 발판이 될 때 발달장애인의 삶 자체를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재난상황에서 어떠한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가능했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 상황을 통해 일상적인 발달장애 서비스가 모래 위에 쌓아놓은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 윤진철 활동가는 그렇게 말했다.
"저는 모든 것을 복지 영역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혼자서 살 수 있는 지원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되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복지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복지를 넘어서 주거영역으로, 주변영역으로 확장되는 삶의 사이클이 한꺼번에 함께 고민되어야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4시간이든 8시간이든 본인의 능력과 집중력과 노동환경에 따라서 일한 만큼 임금이 발생하고, 그것이 소득과 연동되고. 일할 수 없다면 이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 일하지 않았을 때 남은 시간에 대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어떻게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모색. 이런 고민을 총체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복지 서비스와 주거 서비스와 노동과 소득보장과 이런 서비스들이 다 유기적으로 돌아갔을 때 소외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한 사람의 삶을 상정하고, 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연령별로, 하루 24시간을, 매일 살아가는 데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코로나19를 맞이하여 우리가 발견한 것은 재난 상황에서만 유독 나타날 수 있는 이례적인 위험이 아니다. 항상 도처에 존재하였지만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던 불편들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일상 속에서 누구나 온전히 그 삶을 꾸려 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촘촘한 안전망 속에서 안도하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힘든 것은 당장이 아니라 내일도 똑같다는 거예요. 이 상황이 개선될 것인지에 대해서 기대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겁니다. 이만큼만 버티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약 없이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코로나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 이후에 또 어떤 삶에 변화가 있을지, 또 어떤 감염병이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우리는 삶을 멈추고 버텨야 하는 것인가. 그럴 순 없다. 그렇다면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원대책을 우리가 촘촘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