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서 찾아낸 발달장애인 맞춤 일자리 "토마토도 희망도 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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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남장가센터 조회 2,304회 작성일 21-05-21 09:10본문
18일 오전 11시 경기 여주시 오학동에 위치한 '푸르메소셜팜 여주'에선 유리온실 안쪽에 길게 늘어선 방울토마토 줄기 사이로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다른 농장과 다르지 않았지만 직원들은 달랐다. 이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으로, 전원 정규직이며 하루 4시간씩 일하고 100여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이들은 직무능력에 따라 유인줄에 토마토 줄기를 연결하는 결속기 작업, 본줄기와 곁순을 구분해 곁순을 제거하는 작업, 바닥에 떨어진 곁순 청소 등으로 나뉘어 투입됐지만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공채로 입사한 이모(27)씨는 “예전에 복지관 식당에서 일했는데 그때 보다 훨씬 좋아요”라며 “월급 타면 맛있는 거 사먹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일에 대한 습득력과 집중력이 좋고 대화도 곧잘 해서 결속 작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지난달 공채 2기로 입사한 20대 초반의 권모씨는 직무지도원(농업기술 지도사)으로부터 곁손 제거 작업을 배우고 있었다. 권씨는 “신기해요. 잘할 수 있어요”라며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들이 푸르메소셜팜 여주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 설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발달장애인의 80%는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기초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싫다’는 말을 못 해서 어쩌다가 한 번 분출하는데, 그게 과격하고 공격적으로 비쳐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단 피해야 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장애인으로 각인돼 있어, 오히려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 온 푸르메재단이 이러한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농업’에서 찾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제조업과 달리 농업은 작물의 성장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곁순을 제거했더니 본 줄기가 잘 자라고, 유인줄에 결속했더니 줄기가 위쪽으로 더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단 측이 농업법인 ‘푸르메소셜팜 여주’를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푸르메소셜팜 여주의 또 다른 장점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컨소시엄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점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금을 받아 재단이 30억 원을 출자하고, 지역난방공사와 여주시가 각각 3억 원과 2억 원을 출자해 출범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영농법인 ‘소셜팜’을 통해 건축비 50억 원을 추가로 출자해 지난 3월 유리온실까지 완공됐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선 장애인에게 적합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한다.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등이 출자하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 책임이 확대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푸르메소셜팜 여주가 조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상훈(68)·장춘순(64) 부부의 기부도 한몫했다.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던 이들 부부는 농업을 통해 아들의 자활을 도우려다가 무리가 있다고 판단, 재단에 ‘푸르메소셜팜 여주’ 부지 1만1,800㎡를 기부했다. 이씨 부부의 아들도 2차 공채에 합격해 현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푸르메소셜팜 여주에선 1기 공채 15명, 2기 공채 11명 등 모두 26명이 일하고 있으며, 대부분 20~40대다. 소셜팜 측은 향후 최대 60명까지 고용할 계획이다. 푸르메재단 측은 여주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소셜팜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기 성남시가 최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은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팜을 건립하는 사업은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도움을 주시는 시민·기업·단체에 감사하며, 장애청년들과 그 가족의 행복을 위한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