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천재 발달장애인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성공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 해였다. 자폐 및 지적 장애를 통칭하는 국내 발달장애인은 약 25만 명. 윤 회장은 이들을 위해 지난 25년 동안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다잡아왔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 대책’을 비롯해 많은 관련 정책들은 윤 회장이 이끄는 부모연대 회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거둔 성과다. 그는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23일에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큰 충격을 받고 3개월 내내 쌍코피가 났습니다. 의사가 ‘다 접고 두어 달만 푹 쉬어라’고 해서 부산 가덕도에 들어가 석 달을 혼자 지내고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내 아이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그는 매번 현실의 벽과 싸워야 했다. 처음 만난 벽은 어린이집 입학. 어린이집에서는 고함을 지르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들을 ‘도저히 안 되겠다’며 여러 번 돌려보냈다. 윤 회장은 “유산을 물려줘도 우리 아이는 제대로 쓸 수 없다”며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물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사업을 접고 거주지인 경남 김해에서 1997년 장애인부모회를 꾸렸다. 이때 장애 아동에게 적합한 보육을 제공하는 장애전담어린이집 설립을 이뤄냈다. 2004년에는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를 만들어 특수교육법 제정을 위해 힘썼다.
부모연대는 2008년 설립해 현재 8만 명의 회원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휴식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지금의 장애인 긴급돌봄 서비스에 밑거름이 됐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 올해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돌봄 부담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윤 회장의 내년 목표는 야간 시간대에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 사회에 희망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인식과 제도가 바뀌는 걸 보면 희망이 생깁니다. 아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현민아, 지금까지 잘 커줘서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아빠 없이도 현민이랑 현민이 친구들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꼭 만들어줄게.”